제임스 고슬링 인터뷰 중에서

  •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에서 발췌

여름 학기 동안 전산학과에 침입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달았어요. 문마다 번호판이 달린 자물쇠가 있었어요. 문 앞에 와서 비밀번호를 누르면 문이 열리고 들어가는 식이었죠.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근처에 서 있다가 번호를 누르는 걸 보기만 하면 됐어요. 일단 그렇게 건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용자 ID나 비밀번호 같은 걸 걸어두지 않은 컴퓨터가 많이 있었죠. TSS8이라는 운영체제를 돌리는 시간 공유 PDP-8 장비를 아주 많이 썼어요. 처음에는 거의 뼈대만 있는 PDP-8으로 시작했죠. 어떤 연구실 한 구석에 있는, 아무도 쓰지 않는 컴퓨터였죠. 그걸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어요. 처음에 배운 언어는 공식 계산기FOrmula CALculator에서 이름을 따온 Focal5라는 이름의 언어였어요. 포트란하고 비슷한 일을 해 주는 꽤 단순한 언어였죠. 곡선을 인쇄한다든가 블랙잭, 솔리테어 게임 같은 걸 하기도 했어요. 그리고 Focal5가 워낙 제한이 많은 언어였기 때문에 어셈블리 언어도 배우기 시작했어요. 그렇게 PDP-8에서 어셈블리 코드를 만들기 시작했죠.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그 대학교에서 수업용으로 쓰던 IBM 컴퓨터(IBM 360, 50, 40시리즈 등)도 건드리기 시작했어요. 그걸로 포트란 프로그램하고 PL1 프로그램을 만들었죠. 그리고 좀 있다가 학교에서 CDC 컴퓨터를 구입하기 시작했고, CDC 포트란을 쓰는 방법도 공부했죠. 언젠가부터 대학생들하고 어울리기 시작했어요. 대학생들은 제가 아직 고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 학생이라는 걸 금세 알아챘죠. 별로 개의친 않았어요. 수업 조교들도 다들 제가 겨우 중학생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. 제가 뭘 부수거나 하지만 않으면 제가 근처에서 놀아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죠. 교수님도 두 분 알게 됐는데,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어요. 얼마 안 있어서 교수님 중 한 분이 물리학과와 함께 일하게 돼서 소프트웨어 만드는 걸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는데,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. 그렇게 갓 15살이 됐을 무렵에 물리학과에서 일하게 됐어요. 그 후로 앞만 보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.